한국회화회→회화지 아카이브→13호→작업실탐방-서양화가 강정진
전북회화-작업실 탐방

작업실탐방-서양화가 강정진

엄기석(한국전통문화고 한국회화과)

작업실탐방-서양화가 강정진

(예원예술대 회화과 교수)

[도판] 산동의 봄 / 크기 미표기 / oil on canvas

아름다운 것들은 저마다 향기가 있다. 세상에 예쁜 꽃, 향기 나는 향 재료도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일과 사물에 변함없이 지내온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만 못하다. 서양화가 강정진 교수를 대할 때 그렇다. 청년시절 그림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던 시절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서양화가 강정진 교수 작업실을 20만에 방문하는 길은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설레 이기만 했다. 20년 전 중앙동의 삐걱거리는 작업실에 들어섰을 때 작은 눈에서 느꼈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그 많은 작품들이 아직도 내 가슴에 감동으로 살아있다. 급한 일 때문에 서울에서 막 내려온 길이라고, 근년에 옮긴 작업실이 어수선하다며 부끄러워 손님맞이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을 뒤로 접고 우격다짐으로 찾아간 필자를 전주국립박물관 넘어 작업실 앞에서 손을 흔들며 해바라기 꽃처럼 활짝 핀 웃음으로 반긴다.

자연에 대한 새로운 해석

그의 작업실을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작품들의 숲이 창작의 열정의 그늘을 널찍하게 마련하여 방문객을 숨막히는 격정의 예술혼, 그 숙명적인 장인 정신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사온 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작품들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그냥 지내고 있단다.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누가 이 많은 작품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잠이 없는 작가인 듯 하다.

[사진] 작업실에서의 작가 강정진

작가는 말보다 작품의 양으로 말해야 한다는 격언은 아마도 작가 강정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격언일 것이다. 우리시대는 이런 작가를 사랑하고 사랑한다.

그는 주변의 일상적인 자연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 인상주의적 화풍에서 출발하고 있다. 화가 강정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상만을 옮기는 것일까?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인상주의적 작가일지라도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해석은 작가의 삶과 사상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기 마련이다. 무엇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전적으로 개개인의 삶의 태도나 사물을 해석하는 관점과 정신적인 복합성에 의해서 표현을 달리한다. 자연을 관찰하고 해석하여 개별적인 자기만의 메시지를 농축하고 있는 견고한 형식미를 찾아낸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는 단순하게 재현적인 표현만을 추구하는 작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자연 그 넘어에 있는 피안의 세계 현대인들이 꿈에 동경하는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의 그림그리기는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팔자라고 한다. 어찌보면 어눌하고 세련되지 않은, 하지만 진실성이 함축되어 있는 표현속에는 화두처럼 그의 그림그리기가 내 눈에는 자연을 통한 세상읽기처럼 보인다.

관조적인 자연

작가 강정진의 풍경화의 특징은 미술평론가 신항섭의 글의 의하면 몇 가지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빛과 음영의 대비를 조형의 원리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를 덧붙이자면 세부적인 수식을 억제함으로써 자연을 관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풍경화는 대부분이 원경이어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기에 대상을 멀찍이 바라보는 시각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어느 특정 사물에 시선을 집중하지 않고 언제나 전체적인 시각에서 자연을 응시한다는 입자이다.

이런 시각에서 자연을 보는 방법은 당연히 보는 사람의 시야(정신적 측면까지를 포함하여)를 넓혀 준다. 그래서일까, 자연속의 어느 특정사물이 가지고 있는 형태적 아름다움보다는 산과 숲과 들 그리고 하늘의 구름 등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 현상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연이 내포하고 있는 고유의 정서적인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의 그림은 숲을 통해 나무를 볼 수 있도록 한다고 할까?"

그림은 세상 읽기이다

결국 작가 강정진은 눈에 보여지는 자연 대상을 통해서 세상과 화해하고 모든 사람을 폭넓게 수용하려는 도도한 사랑의 유토피아로 뛰어 들어가는 인간애 깊은 작가이다. 그가 추구하는 자연의 물상들 빛, 색채, 그리고 화폭 위에 그려진 자연의 여러 물상 이면에 감추어진 삶의 진정성이 그가 추구하는 세계이다. 그는 그림을 통해서 사람을 읽고 이해하며, 도도하게 세상과 하나 되며, 그리고 깊이 있게 넓이 있게 자연과 조화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지면 보기 · 원본 2쪽PDF에서 열기 ↗
지면 1지면 2

원 게재: 전북회화-작업실 탐방 / 회화지 13호(2005) 26–27쪽 · 원본 PDF 27쪽 ↗

같은 호의 글

13호 목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