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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長丞) 찾아가는 길에

이우정

[사진] (장승 축제 전경)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가락도 악기의 선율도 귀에 들어 오질 않는다. 지금 눈앞에 펼쳐질 자연의 움직임 만으로도 가슴은 설레이고 움추리게 한다. 다홍치마 끝선, 주름주름 담아 깊게 깔린 무늬처럼, 늦가을.고개고개, 채곡채곡 쌓인 낙엽이 싸늘함을 감추듯 포근히 감싸 안고 있다.

완행버스 덜컹거리는 소음마저도 들리지 않는다.

개구장이들의 야무진 까아만 손으로 작게작게 만들어 진 듯한 돌다리 건너엔 느티나무의 흐트러진 가지사이로 흰분을 내 품는 빛깔마저 아름다운 현기증을 일으킨다.

하늘과 땅의 인내와 색깔은 귀를 멀게하고 마음의 덩어리를 깨트리기에 충분하다.

노령산맥 아흔 아홉굽이 갈재를 넘어 추령마을에 들어서니 입구에 세워진 장승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 장승 축제다. -

위엄과 권위의 상징인 천하 대장군(天下大將軍), 지하 여장군(地下女將軍) 장승집들을 지키고 서 있다. 허수아비가 에워싸고 있는 울타리 안으로 한눈에 보이는 순창 남조석이 보인다. 가장 크고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조각된 것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장승이다.

"우리네 장승은"조상님들의 원시신앙의 대상이었다.

[사진] (天下大將軍·地下女將軍 목장승)

마을입구 또는 절입구에 세운 사람의 머리 모양의 기둥, 돌로만든 장승과 나무로 만든 목장승이 있는데 대게 목장승이다. 지역간의 경계를 이루거나 이정표 구실을 하지만 마음의 수호신으로서 더 큰 역활을 한다.

보통 남녀로 쌍을 이루고 있으며 남상은 더러 머리에 관을 조작하였는데 전면에 천하대장군, 상원 대장군이라고 썼으며 여상은 관이 없고 전면에 지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하원 대장군등 글이 씌여 있다. 장승은 서낭당·산신당·솟대와 동등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액운이 들었을 때나 질병이 전염되었을 때에 제사지내는 일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경계표, 이정표가 아니고 정신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남원 서천리 장승인냥 벙거지 모자에 왕방울 눈, 주먹코, 합죽이 입을 가진 소박한 민중의 얼굴을 닮은 여러 장승이 해학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움막이 지어진 삶의 보금자리엔 꼴찌장승·두심이·콩쥐팥쥐·팔푼양과 팔푼군·계백장군·코주부·견우와 직녀·절로절로 그리고 변강쇠 장승까지… 그 이외에도 다양한 장승이 구김새 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하루방 장승앞에 길게 그림자가 그리워진다.

주막을 맴도는 동동주 술익는 냄새와 멸치국수의 얼큰한 훈짐이 벌써 까뭇해진 하늘사이로 금새 스며들고는 한쪽 구석에 부르는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른다. 이런 공간속에 함께 숨을 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저편 어둠과 함께 지고 만다.

추령 마을의 논뚝 한가운데 짚덤이는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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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기행문 / 회화지 5호(1997) 26쪽 · 원본 PDF 2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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