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인전을 관람하고
[도판] 신 반 作
[사진] (필자 박은정)
[도판] 이철량 作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이사를 3번 했다는 "맹모삼천지교" 는 너무나도 유명한 일화다. 맹자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택한 곳은 서당 옆이었다. 이 일화는 사람에게 환경이 그 만큼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내가 굳이 이 일화를 인용한 것은 내 집 환경도 맹자에게 훌륭한 교육 환경이 되었던 만큼 좋았다는 걸 은근히 주장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나의 환경은 문화생활이 여느 곳보다는 충족한 편이어서 대표적으로 대문만 차고 나오면 볼 수 있는 예술회관이 있고 이곳저곳 화랑이 많다. 중학생때부터 관심을 가진 미술관은 내겐 정말 즐거웠고 의미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낯설기는 했지만 재미있었고 많이 배웠으며 작품과 작가도 많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다.
그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3인 바쁜 몸이지만 공부의 무료함과 더운 날씨에 기분을 달래려 예술회관에 갔다. 각기 빡빡한 전시 행사로 분주해 보였는데, 8月의 예술회관 전시장은 전시회 플랭카드만 해도 힘이 있어 보였고 예술인들의 열기가 묻어나 보여 잠시 넋을 잃고 볼 정도였다.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띈 것은 4+7인전이었는데, 부제가 청년 작가 수장전으로 작년에 2번째 그 전시회를 관람했던 경험을 떠 올릴 수 있었다.
이번 전시전은 작년보다 그 내용이 충만해 보였다. 벌써 7명의 운영위원이 더 참가한 데다 작품들도 다양하고 더 알차게 보였는데 우선은 실력 쟁쟁한 화가들에 기쁘기도 하며 호기심이 당기어 일분 일초 더 빨리 보고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에 전시장문을 열었다. 순간 전시장 안의 예술의 氣라 말하고 싶은 것들이 덮쳐 숨이 찼다.
전시회 분위기는 질리지 않고 신선하고 더 개성이 있었다. 작품들 모두 화가들의 정성과 노고가 듬뿍 깃들어져 있었고 감동과 멋도 함께 따랐다. 작품 중 제일 인상에 남은 것은 강용면 작가의 설치 작품이다. 각기 다른모습의 흙 인형을 몽땅 세워 놨는데 이 작가는 보는 이가 뭘 알길 바랬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난 그저 웃기부터 했다. 재밌는 발상과 창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사 원년"이란 제목에 다시 한번 눈길을 돌렸는데 정말 역사 원년에 이 촌스러워 보이는 사람들이 뭘 했을까?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이철규 작가의 "옛날에는" 작품중의 하나도 퍽 인상적이었다. 다들 같은 모습으로 앞을 가
[도판] 김윤진 作
[도판] 이철규 作
고 있는데 오직 가운데 한 사람, 작가로 보이는 한 인물 만이 뒤를 보고 바보 같지만 환하게 맑게 웃고 있다. 너무 바쁜 우리 삶에 가끔은 뒤를 보며 여유를 가지자 라는 주제 같기도 하고 남들만을 쫓아가거나 군중속에서 안주하고 헤메면서 자신의 주체성을 모르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괴로운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자기 반성을 하자는 교훈을 주는 듯 했다. 동시에 고3인 나도 이 작품의 인물 처럼 여유를 갖은 저 웃는 모습을 찾고 싶었다.
신반 작가의 작품은 설치 되있지 않은 팜플렛의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어 제일 먼저 눈길이 갔다. "자연과 관계된 인체"의제목으로 실시한 누드 작품은 작가 자신이 실제 모델로 참여했는데 실제로 관람할 수 없었던걸 아쉽게 여겼다. 그러면서 흔히 말하는 퍼포먼스가 이런 흥미로운 것인지에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바위에 붙은 인체 부위 모습이 작위적이었던 것 같아 다소 어색하게 보였다.작가도 동의할 것 같은 "물아일체"사상이 흰 석고에 의해 표현된듯 했다.
이것이 바른 감상이 아닐지는 몰라도 퍼포먼스 아트가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다 낯선 예술 장르라 이해하기 보다는 놀랍고 신기하며 어렵지만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 밖의 김윤진 작가, 유휴열 작가분들 모두 개성들이 남다르고 그 명성과 실력만큼이나 화려하고 멋있기가 이를데 없었다. 아아 나를 포함한 그 곳의 관람인들도 같이 공감했을 것이다. 아쉽지만 작품 모두 내가 이해하고 알고 싶었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설명하고 이해하려 할 때면 "수상한 작품"이란 수식어가 감상할때마다 따라다녀 우습지만 그저 "수상한 작품이라 역시 달라"라고 편견의 시각은 짧지만은 않은 작품 관람 경험이 있는 나이지만 떠나보내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추상 작품의내용이나 주제를 보면 도무지 무엇을 나타냈는지, 작가는 왜 이렇게 생각하고 표현해 냈는지 알 수 없는게 다반사다. 요즘은 너무 자기 주관과 개성만 드러내는 것 같아 보는 사람은 어렵고 난해할 뿐이다. 관람하는 사람도 꽤 중요한 역할을 작품에 대해 담당하므로 관람객도 배제할 수가 없다. 간혹 어떤 작품은 그 정도를 지나쳐 작품이 거부감과 혐오감을 주기도 한다. 어떤 작품을 보는 사람 마음대로 함부로 해석하고 정의내려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 폐단으로 항상 난 작품 감상에 대한 소견을 말하려고 하면 주춤하게 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넉넉하고 여유가 있을 때 이에 대해 자문을 구해보려 한다. 그럼 그다음 부터 감상 태도나 사고가 더 넓어지고 많은 것을 배우며 선입견을 없앨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을 하며 전시회를 쭉 둘러보고 난 뒤 예술회관을 나오는 내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뿌듯했으며 처음 들어왔던 기분보다 더 기쁘고 보람있었다. 정말 오랫만에 느껴본 감동적이고 뜻깊은 훌륭한 전시전 이었다. 아직까지 감동의 여운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다음에 혹 이들 작가들을 만나면,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받은 감동을 그 분들께 전해 주고 싶고 존경하는 뜻을 올리고 싶다.
다음 해 4번째 전시될 "청년작가 수상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원 게재: 미술탐방 / 회화지 5호(1997) 27–28쪽 · 원본 PDF 29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