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비엔날레를 찾아서
[사진] 전시장 설치작품 전경 (첸젠 '일상의 주문'으로 추정) — 캡션 없음
학생들과 함께 전시장에 들어 섰다. 그리고 얼마후 처음 함께 했던 학생들 먼저 전시장 밖으로 빠져 나갔다. 무엇이 그들을 이 먼 곳까지 와서 빨리도 나가게 했는가? 사전에 궁금한 것을 보다 더 생각하고 비교하며 문제를 발견하는 힘을 길러야 했을 것이다. 아쉽지만 어떤 충격은 했으리라 본다. 질문은 늦게 터지고 만 것이다.
중국 작가 첸젠의 '일상의 주문'이라는 작품은 나무로 만든 중국 전통 요강 101개를 중국 악기인 관종대신 쓰인 것인데, 그 악기가 공산당 지도자들이 도열 했을 때 연주했던 것이라 한다. 왜 그랬을까? 변기를 매달고 그 옆에 무더기로 뭉친 폐전자 기계 부품을 쌓아 놓았나? 그리고 배경음악까지 나오게 했는가? 그래 이렇게 질문을 하다가 보니 작품이 이해가 간다.
1913년 마르셀 뒤샹이 남자용 변기에 '샘'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장에 전시하여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렇게 현대미술은 새로운 쟁점으로 바뀌어 오고, 광주 비엔날레에서 세계적인 현대미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서구 화단에서는 비디오와 사진, 건축이 새로운 미술 흐름을 주도하다시피하고 있다. 이번 광주 비엔날레도 이러한 매체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타블로는 영상 매체로 바뀌어 있고 오브제는 사람의 크기 보다 커서 사람이 작품안으로 휘적이고 다닐 수 있다. 설치미술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 비엔날레는 1995년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제1회전을 열었다. 2년 뒤 '지구의 여백'으로 다시 제2회전을 열은 것이다. (1997. 9. 1~11. 27)본전시와 특별전 등으로 나누어 전시되고 있다. 본전시는 주제를 5개로 나누어 전시 되었다. '속도-물, 공간-불, 혼성-나무, 권력-쇠, 생성-흙'이라는 주제로 하여 동양의 정신을 접목하려 하였다.
① 속도전(물水)은 현대의 속도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시간과 속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미국인 빌 비올라의 비디오 작품 '교차'는 물과 불이 파괴적이면서 에너지로써 늘 우리곁에서 공존하고 있으며 인간을 변화와 소멸, 부활하게 하는 종교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두 개의 스크린이 한 면의 앞뒤로 투사하게 되어 있다. 한 면은 불이 한사람을 태워버리고, 물은 세례하듯 사람 머리로 떨어지다가 급기야 물이 그를 삼킨다. 그리고 반복한다. 스텐 더글라스(캐나다), 요셉 보이스(독일) 등 세계적 거장의 입체 미술, 설치미술, 비디오, 영화로 나타내 준다.
② 공간전(불火)은 세계 24개 도시의 삶의 현장을 통해 오늘날 지구촌의 단면을 부각시키는 다큐멘타리전이다. 사진, 오브제, 비디오, 드로잉, 건축 등이 매체로 사용되고 한네스브루너(스위스), 아라타 이소자키(일본)와 가브리엘르 바실리코(이탈리아)등이 참가하였다.
③ 혼성전(나무木)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개방되는 사람들이 생활과 정체성이 어떤 변화를 수반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강익중의 '미국상륙' 작품은 맥아더의 모습을 만들어 초콜렛을 발랐다. 그리고 영어 배우는 여러 느낌의 그림을 발바닥보다 작게 그려서 1,400여장을 밟게 하였다. 미국인 커미셔너 코살렉은 "쵸콜렛에 대한 감미로운 기억과 미국에 대한 분노가 서린 작업을 선보였다"라고 하였다. 존 케이지, 멜친, 이기봉, 칼라 그룹 등이 작품이 전시되었다.
④ 권력전(쇠金)은 '인간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명제 아래 권력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보여준다. 권력의 집중화가 낳은 광기, 빌 현대사회의 삶을 관통하는 주인 없는 권력의 양상에 이르기까지 전시될 이 번 광주 비엔날레와 광주 가장 맞는 주제 였는지도 모른다. 과거 남아공의 인종간 멸시가 나타나고, 에릭 블라토프는 러시아 20세기에서 이념에 안주하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두 개의 소실점으로부터 직선으로 방사되는 빛의 처리를 과감하게 한 화면에 도입하였다. 손봉채는 여러 가지 자전거를 천장에 매달아 바퀴가 천천히 도는 것과 빨리 도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네가 자전거 처럼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힘에 의해서 여러 모습으로 지배당하고 있음을 쉽게 드러나게 하였다. 수빙의 서예교실은 영어의 낯설음을 한자로 변환시켜 도특한 체험을 갖게 하였다. 직접 체험할 수 있어 본의 아니게 새로운 창작의 맛을 보게 하였다.
⑤ 생성전(흙土)은 남성과 여성, 사물의 인간화, 인간의 사물화 사이에 변형과 새성,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시각과 청각, 후각 등 온몸으로 느끼는 전시이다. 아네뜨 메사제(프랑스)는 '침투'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사람의 몸을 해부해 장기를 꺼내어 천장에 모두 매달아 놓은 것으로 보인다. 불안과 충격적이다. 내장의 숲으로 침투를 해보라는 것이다. 옛날 숨바꼭질 하면서 달도 없는 밤에 공동묘지를 혼자 침투해가는 생각을 떠올려 보자.
적은 시간과 많은 인파 속에서 모든 것을 소화하기란 오산이다. 그래서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빨리도 전시장을 빠져 나온지도 모른다. 그러나 벌써 늦은 오후이다.
1895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창설되고 이 땅에서도 100년뒤에 열렸으니 1백억원이나 되는 거금으로 꾸몄다고 하지만 많은 지탄은 면할 것으로 본다. 깨끗한 가을 날, 꽃 수레와 풍선들, 말숙하게 차린 사람들, 친절한 도우미들이 인상깊었다. 또 2년뒤에 광주를 찾을 것이다.
[사진] 인물 군상이 그려진 회화 작품 — 캡션 없음
[사진] 도시 사진 연작이 걸린 전시장 벽면 — 캡션 없음
[사진] 천장에 매달린 오브제 설치작품(아네뜨 메사제 '침투'로 추정) — 캡션 없음
원 게재: 미술탐방 / 회화지 5호(1997) 29–30쪽 · 원본 PDF 31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