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유동하는 정·반·합(正·反·合)의 세계
작품

작업노트
끊임없이 유동하는 정·반·합(正·反·合)의 세계
하나의 미술작품을 앞에 두고 볼 때 우리들에게 우선 필요한 눈은 확실하고 아는 것만을 좋아하는 우리의 눈이 아니라 이러한 확실함과 아는 것을 무(無)로 돌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상상해서 재미있고 의미있게 보려는 작가의 눈이다. 따라서 이전에 우리가 알았던 대상에 대한 인식을 모두다 잊어버리고 우리가 보는 것에 대하여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가는 경험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을 통해서 그 이면에 담겨져 있는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의미론적 접근을 통해서 대상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경험의 연속이다. 이러한 경험은 순간 순간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나의 경험이 무언가 평화롭고 강렬하게 길들여진, 그러면서도 기묘한 것으로 재생되는데 작가는 어떤일을 하는가. 경험을 세상 사람들에게 흥미있는 것으로 보이기 위해 예술가는 어떤일을 하는가. 실제적이며 본능적인 충동에서 오는 일상적인 경험은 정처없고 죽은 것이다. 특별한 유혹과 즐거움이 되는 우리들의 경험속에서 예술이 하는 역할로 작가는 경험에 생기를 주어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일이다.
한폭의 회화에 표현되어 있는 대상들은 인간감정의 보고와 결부되어 있다는 입장에서 볼 때 존재하면서 인식되어 경험되어지는 모든 상황들은 융합과 분리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융합과 분리의 상황은 나의 작업에 있어서 하나의 영원한 동기이며 주제이다.
우리가 존재하면서 느끼는 상반된 개념들은 나의 작업공간에서 무수히 화합하고 분열하며 또다른 의미의 평정을 꾀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 등 반의적인 개념들이 결국은 화면속에서 일체된 상황으로 매듭지어진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선택에 의한 경험에 의해 융합과 분리를 혹은 화합과 분열을 되풀이 하는 그리하여 끊임없이 유동하는 정·반·합(正·反·合)의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정·반·합의 세계를 통해서 화면속에서 회화적인 평정을 꾀하고자 한다.
예술이란 지혜의 별명이다. 그것은 지금 우리들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있는 개개의 작품속이나 미적인 즐거움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 속에서 훌륭하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질서가 있는 세계에 있어서도 인간생활 전체에 관련되는 듯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예술은 많건 적건간에 어떤 형태로든 인생을 해석하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반복들이 보다 더 진정한 의미의 화합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원 게재: 나의 작업노트 / 회화지 9호(2001) 17쪽 · 원본 PDF 19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