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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기 병 — 인정사정 볼것없다.

작품

배기병
배기병

작업노트

인정사정 볼것없다.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이틀이라는 시간 여유를 갖게 되었다.

어떻게 보낼까.

아내하고 같이 여행을 갈까.

아내는 제주도를 가잔다.

거기는 너무 멀어서 곤란하지.

그러면 곰소를 갑시다.

곰소가서 뭐하게.

바다도 보고 곰소는 생선이 싸니까 회나 실컷 먹고 옵시다.

이 사람이 요즘 콜레라 몰라.

우리 부부는 얼굴만 마주 바라 보았다.

연휴 첫날.

아침에 전화가 왔다.

아내한테 걸려온 전화였다.

이틀이라는 연휴가 아내한테도 흥분된 시간이었나 보다.

여행을 가자 하면서도 가까운 사람들한테 수다를 떨었나 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통장 아주머니 한테서 고스톱이나 치자고 온 전화였다.

나 어떻게 해?

"가서 놀다 와."

고스톱은 자금이 든든해야 잘된대. 지갑을 털어 3만 오천원을 아내 손에 쥐어 주었다.

아내는 고스톱 치러가고 나는 TV 리모콘을 장난삼아 놀다가 자연스럽게 비디오 가게를 향했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

박중훈 주연의 악발이 강력계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다.

어~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있었네.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는 놀라운 발견이었다.

나름대로 유머도 있고 건장함도 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피멍이 들어있고 입술은 터져 있다.

그는 반신창이가 되면서도 자기의 직업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미쳤다. 미쳐도 악날하게 미쳤다.

그런데 나는 그의 그런 모습이 부러웠다.

자기 일에 그토록 충실하게 미칠 수 있다는게 너무도 부러웠다.

그래 나도 미쳐보자.

후회 없도록 미쳐보자.

오늘! 내일까지는 놀고, 쉬고 모레부터 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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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나의 작업노트 / 회화지 9호(2001) 8쪽 · 원본 PDF 1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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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명·크기·재료 미표기)배기병(작품명·크기·재료 미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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