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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노트

문 순 — 역사는 강이 되고 산이 되어도 기필코 살아서.....

작품

문순
문순

작업노트

역사는 강이 되고 산이 되어도 기필코 살아서.....

어린시절, 문득 문득 스치며 보았던 소의 모습들을 참 좋아하였다. 특별한 이유나 까닭없이 무턱대고 좋았었던 소의 눈망울과 꿀정, 그리고 음-메! 하며 뿜어져 내는 소 울음소리가 참 좋았었다. 흔한 강아지들 소리와는 다르게 그 소리의 애잔함이 참 좋았었는지...

어느새부터 나는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안기에 쏠려있었다.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세계 어느곳에서나 저질러지는 만행-부녀자들 겁탈... 그러나 이건 아니었다. 군대의 조직화된, 치밀하게 계산된 범죄였다. 전쟁안에서 간간히 저질러진 만행과는 다른 악랄한 동원이었다. 초경도 경험하지 못한 조선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끌려가고, 엄마를 도와 나물을 캐다가 끌려간 세월이었다. 전쟁의 패배로 인하여 퇴각할 때는 산속으로 끌고가 일렬로 세운 뒤 대검으로 목덜미를 내려쳐 죽였던 일본군들. 그 목에서 솟구쳐 나오는 피에 놀라 기절한 두명의 조선위안부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증언한 오늘의 살아있는 슬픔의 역사가 나를 전율케 하였다.

소, 그리고 이땅의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역사가 나의 그림속에는 살아 증언하며 고발하기를 원한다. 은유적으로 절규하며 분노하는 조선 소의 눈매와 역동적인 텃치속에서 그분들의 억울함을 항변하기 원한다. 나도 조선의 여자이며 조선의 할머니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역사는 강이 되고 산이 되어도 기필코 살아서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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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나의 작업노트 / 회화지 9호(2001) 7쪽 · 원본 PDF 9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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