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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이철규 개인전 — 전신사조(傳神寫照)의 구현과 계승

손청문(미술평론, 미학박사)

[도판] (작품명 미표기 / 인물 초상 수묵화)

수묵화와 채색화에 있어서 탁월한 기량을 과시해 온 지역의 대표적인 중견작가인 한국화가 이철규가 왠만한 역량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초상화 작품들로 아홉 번째 개인전을 맞게 되었다. 전시작들은 크게 전통적인 초상화 양식의 기본 모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화풍과 필묵의 운치가 유독 돋보이는 독창적이면서도 신선한 분위기의 수묵 인물화로 대별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초상화의 미학이 사실(寫實)과 전신(傳神)의 구현 여부에 있음을 전제로 할 때 작가는 배채(背彩) 기법을 통하여 선조들의 사실주의 정신의 맥을 고수하고 있음은 물론 음영법이나 감필법, 선염법 등 자유자재한 필묵의 운용과 독자적인 공간 활용방식을 구사하면서 인물화에 대한 나름대로의 현대성 사출의 묘에 심혈을 기울인 듯하다.

그같은 노력의 흔적은 외향과 내면에 있어서 대상인물과 화면형상과의 동일성 체현을 기법적으로 의식할수록 작품의 예술적 심도가 삭감될 수 있다는 초상화에 대한 세간의 선입견을 불식시키기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안면의 주름 하나, 점 하나마저 정치하게 그려내는 극사실적 묘사에 비해 인물의 의상이나 배경은 비교적 넉넉한 담묵이나 선염으로 처리함으로 인해 화면전체에 사의적인 격조가 배여들어 있다.

〈김길상 상〉〈우영철 상〉〈김경곤 상〉처럼 외관을 갖추고 반신상이나 전신상으로 정면을 응시하면서 다소 굳어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전통양식의 초상화에서는 인물의 안색, 눈동자, 주름살에서 전신의 소재가 파악되는 반면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송수남 상〉〈서정주 상〉〈윤봉길 상〉〈유종근 상〉에서는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안면과 배경 혹은 주제와 환경 간에 있어서 적절한 조형적 관계 설정으로 인물의 전신 효과가 살아나고 있다. 특히 화면을 온화하게 감싸고 있는 주위의 다양한 수묵형상들은 인물의 내면적 정체성과 작품의 주제를 한층 강화시켜 주고 있다.

이처럼 기법이나 주제 면에서 과거와 현재를 포괄하는 독창적인 인물화 양식을 일구어낸 작가의 조형능력은 분명 탁월한 기본기와 치밀한 관찰력, 묘사력, 재료와 기법의 연구, 방법론적 모색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관되게 감지되는 치열한 장인정신과 농익은 필묵법으로 발아된 의경(意境)으로서의 그의 전시작들이 초상화에 대해 다소 경직되고 고정화된 일반적인 이해의 틀을 전환시키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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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전시리뷰 / 회화지 9호(2001) 22쪽 · 원본 PDF 2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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