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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단상

전 양 기 의 작품을 만나고 : 작품단상

작품

[도판] 전라도 기행 1994.

작업노트

하 늘

무릇 제왕이 장차 일어나려 할때 하늘은 상서로운 기운을 보이고 외침을 받거나 천재지변을 당할때 먼저 그 징조를 보인다 한다.

젊은 장수 견훤이 천하를 얻고자 했을때 기린봉의 달님은 여의주로 풀렸다고 한다.

인간들의 오만함이 극에 달하면 가차없이 응징했던 하늘이지만 이 땅의 하늘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던 것같다.

원죄가 있었던가!

내리쬐는 햇살은 칠 년 가뭄속에 인간성까지 태워버리고 더이상은 못살겠다고 나랏님께 시위도 해보았지만 돌아온것은 죽음뿐-

어허널럴 어허이 어허널널 어허이-

참을수 밖에 없는 흐느낌만을 간직했기에 처절하고 처절했던 삶 속에 단을 만들고 우주목 우주석에 예쁜 때깔입혀서 기원하고 또 기원했다.

극함속에 쥐어짜낸 골수를 바쳐 하늘의 생명을 얻었다.

생명으로 이 땅의 정서는 그렇게 꽃피운다.

도래하는 변혁의 시기에 그대 가슴을 열어 생명의 빛을 뿌리소서.

땅

지렁이라 불러지는 용의 아들 견훤 대왕이 기린이 토해낸 정기를 얻어 승암산을 중심으로 반월성을 쌓고 천하의 주인이고자 했던 땅이었다.

이웃의 이웃 사람들까지 죽음으로 몰아간 역모의 괴수, 정여립의 땅이요, 갑오년 동비들의 피비린내나는 모반의 바로 그 땅에서 태어났다.

역사의 그늘에서 끊임없이 소외되왔었고, 지긋지긋한 가난과 전쟁의 반복으로 점철된 민초들의 삶의 고통과 한스러움이 베어있는 이 땅이지만 벌써 삼십몇년인가를 떠날 엄두조차 못한 체 살아가고 있다.

결코 삶을 간과하지 않았기에 이미 찌들어버린 감성과 억압에 길들어져버린 덤덤함 뿐이었지만 애잔하게 이어온 삶의 끈을 씻김으로 소리로서 예술로서 승화된 그들의 넋두리는 결국 역사속에서 우리를 버텨내게 하였으며 생명을 뿌리내려 이제 이땅은 변화와 개혁이 있는 민중의 땅으로서 역사의 중심이 될 것이다.

사 람

그의 오만함은 끝내 하늘을 거부했다.

하지만 동굴속에서 튀쳐나간 그 호랑이에게서 나는 더욱 인간적인 삶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도덕적 금욕주의적 인간이기를 요구했지만 이러한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자유의지, 그 의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 인간의 의지가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역사를 바라보자.

그 역사속에서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볼 수 있으며 그 뿌리를 통하여 미래가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 땅을 대변하는 민중들의 삶은 암울하기 그지 없었다. 수동적이고 수직적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민중들이 그들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해가지 못한것은 아마도 처절함때문 이었으리라.

갑오년 동비들의 난리때 이땅에서는 20만명이 죽어 자빠졌다. 그들의 삶의 경험으로는 능동적이고 자각적 대처는 곧 죽음임을 알게 됐다.

그렇다.

이 땅은 역사의 장엄한 대서사시였던 것이다. 힘들다고 내품는 한숨에 가락이 얹히고 곡괭이, 낫질에 추임새가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이 땅에는 멋이 있다.

민중들의 삶속에는 독특한 정서로서의 미의식이 자연스럽게 베어있다. 지역주의 시대를 맞이하여 진정한 생명력을 회복하는 실천운동만이 민중들의 참 삶으로 인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와 전통속에 그 끈끈함을 이어가는 한 도래하는 문화전쟁시대에서도 더이상의 죽음은 없으리라.

전북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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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작품단상 / 회화지 2호(1994) 13쪽 · 원본 PDF 13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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