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소자 너 청소시간 끝나고 미술선생님이 보재
"진소자 너 청소시간 끝나고 미술선생님이 보재 " 26년전 여고 1학년때의 일이다.
미술시간에 (당시 미술선생님은 김현철, 박남재 선생님이었다.) 자기손을 연필 뎃생 하였는데, 그 후 미술부에서 그림을 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었다. 본관 옆 과학실험실과 붙어있던 미술실은 여고 2년동안 잠시나마 혼자 있을 수 있던 공간이었다. 방과 후 밤열차의 기적소리를 들으며 이젤과 마주하고 있을때 모든게 부족하고 궁핍하였을 때이나 참 행복했었다.
그때는 대부분 특별활동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이 미술대학을 지망했고, 틈틈히 학교 선생님들이 봐 주시는 것이 유일한 것이었지 지금처럼 미술학원에서 지도받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후, 그때의 꿈과는 전혀 다른 의대시절을 거치고, 먹고 자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도 반납해야 하는 산부인과 수련의 시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때 미술실에서 홀로 있었던 시간을 회상하면 강산이 변하면, 3번도 변할 그 세월을 뛰어넘어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난 여름 휴가때는 아이들과 함께 호암 아트홀에서 열렸던 '구겐하임 미술관' 순회전에 들렸었다. 나에게는 늘상 그림만 그리고 사는일이 이루지 못한 첫사랑 처럼 남아 있고, 딸아이도 예고에서 미술을 하기 때문에 전시회를 자주 찾는 편이다.
물론 막강한 재력을 가지고 오랜 세월동안 수집한 미술품들이라 전주에서 접하는 전시회와는 비교할 수 없겠으나 여유있는 재력가들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 다시한번 그들이 진정한 선진국임을 느꼈다.
전주에서도 한가한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 예향이라는 말과는 맞지않게 넉넉한 주차장이나 휴식공간을 갖춘 전시장하나가 없는 실정이지만 예술회관이나, 근처의 조그만한 화랑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스트레스로 부터 해방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기회를 갖을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화랑들이 분산되어 있고, 너무영세하다는 것이다. 간혹 매스컴을 통해서 전주시의 문화거리조성(경기전 부근) 사업을 듣곤 하는데, 이런 기회에 안락한 화랑가가 조성되어 문화에 갈증난 사람들의 공간으로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전시회 Opening이외에는 작가들과 관람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없는 것 같다. 지난 여름 오궁리 미술촌에서 있었던 국제 조각전만해도 그렇다.
세계 곳곳에서 온 작가들이 거의 한달 이상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관람자가 작품을 보고 더욱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없어서, 그 기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2~3번 그곳을 방문하여 조각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람자로써 아쉬움을 느꼈다. 전시기간동안 특정한 시기에 작가들의 작품소개 시간이나 현대미술의 흐름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 조그마한 프로그램을 덧 붙인다면 그에 대한 관심있는 사람들의 발길을 화랑으로 더욱 유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2월 달력 한장을 앞에 두고, 삶의 에너지가 더 고갈되기 전에 내년에는 저 선반위의 그림도구를 옆에 내려놔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본다.
원 게재: 전시장을 찾아서 / 회화지 4호(1996) 18쪽 · 원본 PDF 18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