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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전 - 나의 작업 노트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안순금

작품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작업노트

안 순 금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벌써 가을이 깊었음을 알게 해 준다. 몇 안되는 나뭇잎이 달린 감 나무에는 다홍빛이 감도는 감이 달려있고 가지 사이로는 안개가 막 걷히고 새벽의 차가운 기운을 마신 아침 마을이 보인다. 조용하고 평온한 느낌이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면서 좋아했던 전혜린이라는 여자는 가을을 싫어했다. 그렇지만 나는 가을이 좋다. 그것도 요즘같이 바람이 차갑고, 나뭇가지가 다 드러나 보이고, 흙갈색으로 변해가는 가을이 · · ·

생활에 쫓기며 생각 밖으로 멀리 접어 둔 채 지내다. 문득 혼자 조용해지면 작업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된다.

화선지 위에서 번지는 수묵이 주는 느낌이 좋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모두 꺼내어 붓 끝으로 가져간다. 투명하리만치 얇은 화선지 위에 선 하나만을 그어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간다. 우리가 생(生) 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생(生) 이 우리를 형성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던가. 이 말을 주기도문처럼 외우고 다니던 가을이 또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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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테마전 - 나의 작업 노트 / 회화지 6호(1998) 20쪽 · 원본 PDF 22쪽 ↗

이 지면의 도판

마이산-풍경 / 수묵담채 / 1998운명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마이산-풍경 / 수묵담채 /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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