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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프리뷰

이철규展 — 시간과 역사에 대한 관심

김선태(미술평론가)

[도판] 옛날에는 / 지본 수묵채색 / 1998

1998.12.11-12.17 ▶ 문예 진흥원 미술회관 1999.2.19-2.25 ▶ 얼 화랑

현재 한국화의 위기 의식이 한국화 나름의 특수성이 희박해 지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면 한국화의 본질과 원형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전통의 문제를 진지하게 반추해 보는 것만이 한국화가들의 올바른 지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민화, 단청만을 차용해내는 소재적인 접근에서만 이루어지지 말고 한국인의 정서, 생활습관, 삶의 기준을 적극적으로 반영해내는 하나의 문화적인 틀로 발전해 나가야 하며, 작가들도 여기에 대해 부단한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화가 이철규도 그 중의 한명이다. 그의 이같은 의지는 민족적인 정서에 대한 감화로써 비롯된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 특유의 미적 감정 및 감각이 반영된 민화 또는 민예품 그리고 민속기물 등을 통해 회화적인 영감을 얻고 있다.

그가 과거적인 것으로의 관심을 멈추지 못하는 데에는 한국적인 감성의 리얼리티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화풍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다분히 현대적이다. 그러나 그는 좀더 토착화된 감성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으로써 현대성을 사용한다. 그의 작업은 방법론적인 면에서는 현대성에 감성적으로나 의식적인 면에서는 토착적, 전통적인 것에 가깝다.

민화나 전통 문양의 소재는 한국적 구상성을 추구함으로써 현대에 존재하는 한국적 미의식과 근원을 추적하여 시간성, 역사성에 대한 공감을 제공하기 위한 몸짓이며, 이를 표현함에 있어 현대적 감각으로 번안해 낸 의도는 궁극적으로 그 나름대로 전통에 대해 접근하는 철학을 담아내려는 시도이다.

결국 작가가 추구하는 회화적 목표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나타난 문양이나 풍속도의 시간성과 비견된 한국인의 역사성과 구한말 시대의 인물들과 놀이문화에서 부터 현대라는 시간성의 알레고리로 결합시킴으로써 우리들의 잠재 의식 속에 내제되어 있는 한국적 정서와 혼을 표출시켜 내고자 함이다.

사라져 가고 있는 전통에 대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하여 역사성까지 아우르고 있는 그의 작업 방식은 한국화라는 틀을 벗어나 회화라는 넓은 의미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수묵의 원리와 전통을 적절히 펼쳐 보이면서 동시에 채색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뿐만 아니라 안료와 토분을 사용하면서도, 심지어는 보통 한국 화가들이 금기시하는 아크릴릭 물감을 바르기도 한다. 그모든 기법적 실험은 곧 한국화의 현대적 변신을 위한 몸부림이며, 끊임없는 그의 조형적인 관심사이다.

비록 원색의 색채들이 화면에서의 주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작가의 작업을 채색화로 분류하게 하는 기본적인 이유를 제공하고 있으나, 작가가 발휘하고 있는 수묵적인 요소와 수용성 안료 특유의 미감과 이해는 한국화에 있어서의 극단적인 이분법을 무색케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수묵과 채색의 적절한 조화이며, 화폭에서 펼쳐지는 화음의 이중주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성 혹은 민족적인 것에 관심을 갖는 작업들이 조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형식적인 외양만을 쫓는 현실을 상기한다면, 그가 그동안 마음과 그림에 진지하게 담아 온 '시간과 역사'에 대한 관심과 방법론은 일정한 계시와 제안으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김선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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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전시프리뷰 / 회화지 6호(1998) 5쪽 · 원본 PDF 7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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