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일선展 전통의 현대적 창조로의 모색
류 일 선 展 전통의 현대적 창조로의 모색
1999.4.10-4.27 ▶ 민촌아트센타
[도판] 개골산 만물상 / 한지. 수묵담채
회화의 본질은 자연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 산수화가 지닌 상징성, 은유성을 통하여 볼 때 자연과 인간과 우주의 지혜를 찾는 것이 바로 산수화의 정신세계이다.
동양회화에서 山水畵는 신비한 무궁무진한 대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진의와 기운을 통하여 그 본질을 밝혀내는 것이며, 그리하여 자연의 참모습은 작가의 마음속에 내제된 신문으로 해석되어 경지를 획득하게 되는 예술의 한 장르로 여겨져 왔다.
송의 종병은 그의 화산수서에서 "성인은 신으로써 도를 발하지만 현자는 산수를 통하여 형으로써 도를 아름답게 하니 인자의 즐거움이 그렇지 아니한가!"하여 노자와 장자의 무위자연 사상과의 공통점을 표출하였다.
이번에 중국의 북경 중앙 미술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학한 후 귀국하여 근래 전시회를 갖는 류일선은 동양회화가 지니고 있는 전통의 필법과 용묵법을 능숙하게 펼치고 있는 작가로 사의적 정신세계와 문기가 충만한 뛰어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우리 화단에도 이미 널리 알려진 중국의 옛 대가인 공현, 황빈홍, 이가영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며, 석도의 철학과 회화사상을 바탕으로 임모와 사생을 통한 정통학습과정을 거침으로서 작가 특유의 고풍스런 회화세계를 간직하기에 이르렀다.
그의 회화세계는 다양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크게 세가지 방향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작품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사의적이고 문기 넘치는 정신세계이고, 둘째는 철저한 사생을 통한 현대적 감각의 실경구도이며, 셋째로 적묵법, 파묵법, 발묵법과 여러가지 실험성 기법외의 용묵법을 들 수 있다.
첫번째로 언급된 것은 최고의 정신적 경지로서 화격을 높여주는 절대적 근간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언제나 이런 정신의 도를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작품에 임하였으며 특히 호남성장가계의 화면은 천하제일교의 폭포도, 대동민거소경과 같은 진지한 자세에서 우러나오는 기운생동의 화면은 더욱더 그의 회화의 격을 심오한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두번째는 광할하고 넓은 중국대륙의 남방과 북방지역 등의 절경을 활달한 필치와 고법에 충실한 구도로 소화해내고 있는 그의 회화소재인데 남방과 북방의 여러 지형을 실제로 사생함으로써 남북종화의 원류를 이해하고 중국산천이 산수화에 끼친 영향과 그 환경에서 노는 지배적 감흥을 체험함으로써 결국에는 사상의 접근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하겠다. 더욱이 그의 스승들인 교수는 한국에서 온 제자에게 중국의 옛 성현의 정신과 명화의 진의를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침으로써 그가 후일 임모와 사생을 거쳐 남북종화의 진수를 깨닫게 하는데 길잡이가 되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세번째는 계속적으로 먹점을 반복, 중첩시킴으로써 마치 근대 6대가중의 한분인 소정 변관식의 둔중한 화면세계와 같은 적묵법의 묵필법을 들 수 있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단단한 골격의 바위의 형태와 감청색의 먹빛은 미묘한 생동감을 전해주는 한편, 윤기있는 먹색과 농담의 변화로 인하여 그의 작품세계를 더욱 중후하게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그동안에 시도했던 다양한 실험적 회화세계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는 기회로 가다듬음으로써 예전보다 더욱더 활달하고 심원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이 높이 예견된다.
수묵과 담채의 절묘한 사용과 전통에 입각한 사실적 구도를 통하여 한국적 회화의 전수와 전통의 재창조 작업이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작가 류일선은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의 진정한 실력이 후배들에게 전달되어 궁극적으로 한국 전통회화의 발전에 큰 힘이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또한 창작 생활 이외에도 한국과 중국의 미술문화 교류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에 그가 머지않아 우리 화단을 빛낼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것임을 확신하며 관심과 격려를 표명하는 바이다.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장 영 준
원 게재: 전시리뷰 / 회화지 7호(1999) 10–11쪽 · 원본 PDF 12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