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관한 기억 그리고 명상
도예캠프
1999.1.14-1.16 ▶ 백제예술대학 도예과
흙은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영원한 고향 같은 대상이며 때론 어머님의 품과 같은 포근한 안락감을 주는 단어로 우리에게 기억되어진다.
흙은 사람들에게 삶의 근간을 제시해 주고, 생명의 기본이 되는 원초적인 대지로 우리 인간의 뇌리 속에 인식되어졌다.
올해 초 백제대학에서 회원들의 도예실습이 있었다. 회화를 전공한 사람들이기에 흙을 만지는 일은 그리 친숙한 경험이 될 수 없었다. 때론 이런 이유들로 해서 막상 흙을 만지는 일은 그리 친숙한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코일링을 해서 한칸 한칸 올라가면서 어떠한 형태로 접어들 때, 때론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형태가 진행된 적도 있음을 발견했을 때 묘한 안타까움을 가진 기억들이 오히려 더 새롭게 느껴진다. 이점은 도예를 전공한 사람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런 점들일 것이다.
어느 정도의 성형이 끝나고 초벌구이가 된 도자기 면에 그림을 그려넣는 시기가 왔다. 다양한 종류의 표현재료로 사실적, 추상적인 글들이 드려지기 시작하고 이미 흙과 그림은 한몸이 되어 그 빛을 잉태하고 있는 듯 했다.
회원들의 작품은 구상적인 형보다는 약간은 비정형적인 작품으로 회화와 도예의 연대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좋은 계기로 보여졌다.
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성질에 대해서는 그저 단편적인 인상만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우리 회원들은 나름대로의 창조적인 자부심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 동안 너무 자기의 영역에 연연한 나머지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자기 영역에 너무 빠져 있었다.
피카소가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마음껏 펼쳐왔듯이, 우리는 이제 자신의 영역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기본적인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이를 자기의 표현영역의 확대와 내적 성숙을 기하는 계기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도예 캠프 기간 중 우리는 특강 및 토론회를 가졌는데, 서로 진지한 질문과 대화가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색다른 경험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우리 전북회화회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초대전을 이 대학 미술관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회원 개개인의 회화작품과 도예캠프 기간 중 제작한 도자기 등을 전시하게 되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미흡하게 보였지만, 완성된 작품으로써 전시가 되었을 때, 때론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부조의 작품들은 흙으로 된 부조판이 화선지가 되어 그 위에 회원 각자의 꿈을 각인시켰다. 작가란 때론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재료나 대상에 구애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오천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의 삶을 반추해 볼 때, 흙이란 우리네 삶의 원천이요 근간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청자. 백자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조상의 숨결에서 이어져 내려온 그 정신이 오늘에 이르러 빛을 더욱더 발하고 있다.
흙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흙에서 느껴지는 안락감 흙에서 느껴지는 그 포근함으로 우리네 삶은 더욱 더 그 깊이를 더해 갈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때의 기억속으로 행복한 명상을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 흙에 대하여 때론 그 이면에 주어진 그 무언가에 대하여……
최 병 남
원 게재: 체험활동 / 회화지 7호(1999) 20쪽 · 원본 PDF 22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