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줄처럼 상호튼튼하게...
작품
[도판] 자연의 소이 / 크기 미기재 / 수묵담채, 연도 미기재
작업노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은 천태만상이요, 각양각색이리라. 그러나 한 평생을 살면서 편안하고 행복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가 원하고 바라는 바요. 어쩌면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원초적 본능 때문에 삶의 노정에서 이따금씩 행복과 번민의 갈래에서 싸워야 하는 예술의 길은 이율배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성 싶다. 가족과 가정을 위시한 틀 속에서 현실적 고통을 함께 감내해야 함을 후자의 연유에 통용해야 한다면 자기의 길을 걷는 본인에게 있어서는 이상적 삶의 실천에 있어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전자의 경우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예술인들을 같은 범주에서 동등하게 해석할 수 없고 비교할 수도 없지만 나의 경우는 밧줄처럼 상호 튼튼하게 엮어져 연루된 생활과 예술과의 씨름에서 시간이 더 할수록 느끼고 발견할 수 밖에 없었던 누란지세격의 실력을 빌미로 유학의 등정길에 올랐었고 아직까지도 서툴고 부족투성이지만 이렇게 부끄러운 졸작들을 주저없이 초대에 응하여 발표하는 까닭을 지면을 통하여 몇가지로 변명을 하고 싶다.
첫째로, 철의 장막이라고 불리우던 중국대륙을 여느국가보다도 그 큰 덩치의 땅덩어리 만큼이나 많고 다양한 미지의 매력도 있었고, 특히 동양회화 사상과 문화에 있어서 젖줄의 남상이었던 만큼 가장 강렬한 학구적 욕구도 함께했다. 회화에 있어서 동서문화가 빙탄지간 관계가 아님을 현대회화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나 서구의 물질문명이 극도에 다를수록 인간본연의 의미상실이 가시화 되기에 이르렀고 한계성에 부딪치는데 반하여 동양회화는 정신적 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회화세계로 인간성 회복에 있어서 보다 발전된 창작세계로 진보될 수 있는 회화라는 주관적 해석을 해 볼 수 있겠다.
이에대한 확인작업의 전환이며,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새로운 발견과 산 경험을 위한 동기부여였다, 또 한가지 덧붙여 말하면, 어릴적부터 소질이 있다는 격려와 적성 때문에 중고등학교 미술부 활동이 본격적인 출발점이었으나 현실을 우선하여 가정을 안정시키고 나서 작업을 몰두해 보려던 생각과 계획은 생각처럼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깨닫고, 자칫 만시지탄할까 하는 두려움에 "배움은 시기가 있고 빠를수록 좋다"는 속어를 상기하여 늦게나마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1학기를 마칠즈음 호구지책에 연관된 학업생활은 학위만을 위한 형식교육에 안착하려는 듯한 무의미성을 발견하고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이 환경적 상황이다.
둘째로, 부족하기만한 내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 때문에 욱일승천하며 심기일전 할 수 있었음을 각골난망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우선 부모님의 교훈과 배려, 아내를 비롯한 가족과 친지의 사랑이 물심양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이국에서 보이지 않게 도와주신 류재기 문화관님, 나종화 교육관님, 최수근 법무관님과 이태로님, 박태윤 목사님, 곡국경님, 조낙붕님, 정소진님, 박왕근님, 장경순님 등과 동료 혹은 화형화제들과 모두 열거 할 수 없지만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학업에 있어서 많은 조언과 격려를 해 주셨고 지도해주신 산수화의 대가 후앙륜화, 이행간, 지아여우푸 은사님과 인물화의 야오여우뚜어, 한꿔쩐, 티엔리밍 은사님, 전각의 왕용, 민간미술의 뤼성룡, 미술사와 서화감정에 도움을 주신 여러 교수님들과 그 외 분들의 은덕은 평생화업을 일구어 가는 동안 잊을 수 없는 분들이다. 더욱더 분골쇄신하여 진일보하는 것이 모든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리라.
셋째로 금번 전시의 성격은 기법적 연구와 학습내용을 가미한 탐색성을 띤 표현작품이다.
임모를 통하여 고대와 근대의 대가 작품을 분석해 보고 이해한 후에 현장사생으로 관찰과 발견이라는 산경험을 얻음으로써 효과적인 창작으로 유도 혹은 창출하게 하는 학습과정은 실제적 감각과 효과를 주는 것이었던 만큼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특히 사생활동을 통해서 본 실체외에 동양회화의 정신적 근간을 이루었던 환경적 요인들을 느낄 수 있었고 확인할 수 있었음은 큰 소득이었다.
원 게재: 나의 작업 노트 / 회화지 7호(1999) 25–26쪽 · 원본 PDF 27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