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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탐방

聖과 俗의 경계를 허문채 마치 포화속의 전쟁터처럼.... -정 미 현 작업실-

조영대(서양화가)

[사진] 작업 중인 정미현 (캡션 없음)

얼마전 나는 수묵작업을 주로 하는 정미현 선생의 작업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가족들과 단란하게 생활하는 공간안에 작업실은 가장 큰 안방을 익명의 성처럼 차지한채 자리하고 있어 생활공간과 창작활동의 작업공간이 聖과 俗의 경계를 허문채 마치 포화속의 전쟁터처럼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녀는 생활인으로서 시지프스의 하루 일상을 마친 뒤 마술에 걸린 신데렐라처럼 신선한 밤의 시간에서 새벽까지 작품에 임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낮과 밤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그녀의 작품세계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녀의 낮은 구상의 세계로 작품-느티나무가 있는 마을, 반송, 작은 이야기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한국적 정서와 그리움의 세계로 그녀의 밤은 비구상(추상)의 세계로 生, 시간은, 꿈, 위험한 오후, 내일은 등과 같이 도시 문명에 찌들은 현대인의 복잡한 심리 메카니즘을 축약적 상징으로 제시함으로써 낮의 세계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과 소망같은 무의식의 영역을 표출하고 있다.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과 내면을 표현한 작품들, 개념, 사고, 감정, 환상, 나아가 상징과 추상적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정제된 자기의 느낌으로 낮과 밤의 세계를 통하여 우리에게 교감을 이루며 색다른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그녀의 작업에서 매체로는 먹, 천, 한지 등이 주로 사용되는데 작업방향을 설정한 뒤 제작과정은 긋어대고 흘리고, 뿌리고, 스미고, 번지는 효과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도록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수묵이 지니는 음양의 조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할 수 있는데, 즉 서로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가 하면 다른 대상과의 결합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범치못할 성역을 지닌 듯한 아름다움을 표출하여 자연과 인생을 포용하고 끝없는 우주에 대한 탐구와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까지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녀는 작업 목적이 매우 뚜렷하다. 보통 우연의 결과로만 여겨버리는 것을 냉정한 의식을 가지고 바르지 못한 이성에 항변하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박물관, 사적지를 찾는 여행을 좋아하고 작품소재 또한 그 곳에서 찾으려 한다. 우리 것을 좋아하고 한복을 즐겨 입는 그녀를 보면 마음이 절로 풍요로워진다.

조 영 대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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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1

원 게재: 작업실 탐방 / 회화지 7호(1999) 12쪽 · 원본 PDF 1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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