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향한 한국화의 전망
[도판] 지본채묵 / '99
산다는 것은 창조적 행위와 미적 감상의 끊임없는 연속이 되며 우리들의 하는 일은 모든 것이 하나의 예술이며 경험하는 것 전부가 감상과 기쁨이다. 모든 예술은 많건 적건 간에 어떤 형태로든 인생을 해석하는 일이다.
예술 그 자체의 본질은 물론 예술과 사회 혹은 예술과 인간생활이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느냐는 문제를 해명해 준다. 예술가의 주요 역할의 하나는 경험에 생기를 주어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일이다. 그림의 의미는 무엇을 그린 그림이든지 간에 일반적인 의미에 의해 수정될 수 있으며 심지어 부정 될수도 있다. 그것은 어떤 사물의 그림이면서 동시에 어떤 양식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과 내용의 문제는 모든 예술가들이 고민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70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 한국화 화단은 다양한 구성적 인자들로 풍부한 형성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해방후 배출해낸 작가들의 수가 70년대로 오면서 급증했다는 것, 그리고 수의 급증에 따르는 양식의 난만한 공존이 수반되었다는 것이 대체로 풍부한 형성을 설명해 주는 내역이다. 이같은 형성내역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70년 국전에서 구상과 비구상의 분리심사와 전시이다. 이당시 한국화 분야에서도 구상과 비구상이 적용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화 분야에서도 구상과 비구상의 대립이 점차 예각화 되어지고 있었다는 점을 반영해주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구상과 비구상이 아니라 조형적 체험의 확대는 전통적 양식의 새로운 해석과 인식, 현대적 소재주의 등장, 구상과 비구상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70년대 이후의 한국화의 구조적 양상이 이전이 어떤 시대보다도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띠고 있다는 것은 이시대 전반적인 미술상황과 미의식이 그 만큼 복잡한 인자를 띠고 있다는 사실과도 결부해 볼수 있을 것 같다. 이점은 현대미술이란 범주속에 한국화의 표현양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자각이 더욱더 폭넓은 시각과 깊이 있는 탐구를 가져온 요인이었지 않나 생각이 된다. 이러한 탐구의 대표적 운동이 80년대 일어나 수묵화 운동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수묵화 운동은 현실적 시각에 의한 한국 자연의 재발견이라는 성과외에 수묵이 갖는 고유한 조형적 방법에 대한 관심을 고조 시켰으며 그것이 더욱 발전되어 수묵을 통한 고유한 조형 정신의 추구에로 나아가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한정된 범주의 재료만으로 그 장르를 구별 하는 일은 이제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본질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현대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도화된 정보매체의 형성과 재료개발의 첨예화에서도 연유된다. 이러한 경향은 비교적 정형화 되어져 왔던 미술사조의 양식적 변화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이러한 경향은 해방 전부터 부단히 동, 서양화가들에 의해서 실험되어져 왔으며 80년대 후반의 경우는 이미 이러한 현상들이 화단의 전면적인 사조로 널리 확장되어 왔을 뿐 아니라 작가들의 잠재의식에 더 깊숙히 내재되어 있어 표현양식의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미술계는 이른바 포스트 모던이즘으로 불리우는 후기 현대미술의 경향이 시대적 흐름으로 전개되었다. 70년대가 청명한 투명성으로 표현될수 있을 단순화와 회귀의 망각적 행위가 반복되었다면 80년대의 채묵은 다시 그로부터 점진적인 숨결이 회생하고 표현의 손짓이 생성되기 시작하여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강열한 에네르기로 분출된 각종 표현적 작업이 대두되었던 경향이 두드러지게 눈에 띠었던 시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초, 중반의 한국화 분야는 마치 거대한 물굽이나 일대 전환을 이르는 듯한 가지각색의 시행착오가 연이어 분출되었다고 한다면 후반기는 그러한 면에서 보면 그와 같은 현상들이 점차적으로 천착되어지면서 양적인 팽창보다는 보다 더 심도있는 자기 성찰의 작업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들어 한국화의 경향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다음 몇가지 현상에 의해 그 미래를 엿보이게 하였다. 먼저 지역이나 학파에 관계 없이 전면적으로 만연된 채색으로의 전환이었다. 이는 보다 더 직관적이고 표현적인 감성이 강렬한 청년세대들의 색채에 대한 전환이요 이점은 분명 산업사회에 있어서 야기되는 영역의 붕괴를 실감케 하는 징표이기도 하다.
90년대는 각종 공동화현상이 대두되었다. 표현양식이나 재료의 탈피를 통한 전체 예술영역과 밀접한 만남의 장이 이루어 졌으며 색채의 만연뿐만 아니라 비형상과 반 자연주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팽창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강렬한 표현적인 몸짓과 터치들이 열광하는 듯한 해체된 형상들의 재해석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동양적인 전통의 맥락은 보다 가깝고 감각적인 순간의 몸짓에 의해 잊혀져가고 마는 것이다.
서구 일변도의 의식화 사조와 함께 대학교육을 근간으로 하는 미술 교육의 근본적인 의식구조의 문제가 야기되었고 동양적인 재료나 회화사상을 수용하지 못하는 철학이나 그 회화사상이 두드러지게 야기됨과 동시에 밀려오는 서구적 의식구조를 비판없이 수용함으로 인해서 민족적 회화사상과 철학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을 가지게 하였으며 이로 인해 감각적이고 표피적인 색채들만 혼란스럽게 전락하는 상황에 놓여지게 되었다.
예술이란 단순히 조소나 회화나 교향악에서만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의 여러 조건을 이해하고 그 조건을 더욱 더 흥미있는 멋진 것으로 전환시키는 지적인 과정의 전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한국화는 우리의 정서와 우리의 삶을 표현해야하는 근본적인 당위성이 명확한 형태로 요구된다. 즉, 모든 개별적인 인간과 그러한 인간이 몸담고 거주하는 특정세계가 바로 그 주제인 것이다. 그리하여 회화의 주제는 화가가 살고있는 시대의 정서적이고도 지적인 관심거리를 항상 가장 정확하게 반영해주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 순수한 정신도 때론 빈곤한 물체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명석한 지혜라 해도 그 모체이며 소재인 육체와 세계에 의존치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삶과 애환이 짓든 우리의 세계, 우리 사고가 기초가 되어 그위에 성립되는 가장 한국적인 표현세계가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서구적 표현양식이나 재료의 선택을 통한 피상적이고 탈 개성적인 형태의 표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할 시점에 와있다. 서구적 감각과 이를 바탕으로 한 관념의 공허한 논리는 더욱더 허탈감만 더할 뿐, 나아가 표현의 자기 기만적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점은 우리 것에 대한 진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것에 기초한 토대 위에서 무한한 표현영역은 빛을 더욱 더 발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가치 또한 독보적일 수 있는 것이다.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이제 우리 한국화는 혼돈된 사고와 표현양식에서 벗어나 우리의 사고에 맞는 표현양식을 바탕으로 더 나아가 서구적인 미술사조나 표현양식의 장단점을 선별 수용하여 한국적 토대를 더욱 굳히는 계기로 삼고 더욱 더 한국적인 한국화로 거듭날 수 있는 절박한 현실로 인식되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한국화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 전개나 진보적 행보에 있어 깊은 딜레마에 빠져있는지도 모른다. 새 천년을 눈앞에 두고 이제는 우리의 토양과 우리의 정신사고를 바탕으로 해서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안목을 가진 표현영역으로 한국화의 위상을 굳혀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의 오류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역사적 전통에서 출발된 표현의 가능성을 찾아야 할 또 다른 의미의 시점에 놓여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한 독보적이고 진취적인 한국화의 위상을 정립시켜야한다.
2,000년대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새 천년의 이미지에 걸맞는 그러한 의식과 사고, 또 이를 바탕으로 한 제2의 또 다른 정신적 르네상스시대에 대한 기대를 우리 한국화에 걸어보고자 한다.
[곁기사] 독후감을 받고 싶은 책
-편집부 제공-
- ▶한국미의 조명 : 조요한, 열화당
- ▶미술강의 : 김병종, 통나무
- ▶현대 미술의 기초개념 : 반찬국외 17명, 재원
- ▶그림으로보는 한국 근현대 미술 : 강성원, 사계절출판사
- ▶우리 궁궐 이야기 : 홍순민, 청년사
- ▶팔만대장경도 모르면 빨래판이다 : 전병철, 내일을 여는 책
- ▶한국미술사 101장면 : 임두빈, 가람 기획
- ▶야! 미술이 보인다 : 서울교대 미술교육연구회, 예경
- ▶무량수전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 학고재
- ▶정직한 관객 : 유홍준, 학고재
- ▶내 마음 속으 그림 : 이주헌, 학고재
- ▶나는 공부하러 박물관에 간다 : 이원복, 효형출판
- ▶서양화 읽는 법 : 조용진, 사계절 출판사
- ▶서양미술사100장면 : 최승규, 가람기획
- ▶이야기 서양미술 · 서양미술이야기 : 오광수, 정우사
- ▶당신의 미술관 1.2 : 수잔나 파르쉬, 홍진경, 현암사
- ▶내 친구 빈센트 : 박홍규, 소나무
- ▶시대의 우울 : 최영미, 창작과 비평사
원 게재: 작가노트 / 회화지 7호(1999) 13–15쪽 · 원본 PDF 15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