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화회→회화지 아카이브→7호→산 아래 세속의 인간 힘에...
나의 작업 노트

산 아래 세속의 인간 힘에...

서진숙

작품

산 아래 세속의 인간 힘에
산 아래 세속의 인간 힘에

작업노트

한 여름 사람들 참외 깎아먹으며 씨조차 씹어 삼킬 적에 그 중에 참외씨 하나 억센 어금니도 피하고 작은창자 큰창자 똥 속에 섞여서 죽을 고비 넘기고 넘겨 똥과 함께 길가에 버려졌다가 비바람 모진 햇볕 잘도 견뎌서 맺혀 익은 개똥참외

진주같은 어링 저적 추억이 있는 곳, 지금은 공사중인 잔해가 난무하고 투기꾼들이 군침을 삼키는 곳, 머지 않아 아스팔트 속에 묻혀 버릴 곳.

신호를 받기 위해 쭉쭉 뻗어있는 길을 시원스럽게 달리는 순간 "야, 눈썰매장이다." 옆에 타고 있던 조카의 즐거운 비명, 여섯살 짜리의 눈에는 분명 눈썰매장으로 보일 법도 하다,

그곳은 도로를 내기 위해 공사를 하던 중에 산허리를 감아놓은 녹색 그물망, 먼 곳에서는 분명 눈썰매장과 흡사했다. 여섯 살 짜리의 눈에 그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듯 내 가슴속에도 울긋불긋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계절의 주기에 따라 진달래와 소나무, 잡풀과 머루, 산딸기, 도토리 등이 풍성한 곳 아중리, 기린봉 자락

기린봉에서 바라보는 아중저수지. 어릴 적에는 바다와 같던 곳, 참외밭, 수박밭에서 외할아버지와 아름다운 체험을 했던 기린봉 자락,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고 청명한 영혼의 깊이를 자아내는 곳, 그 곳에 형상을 잃어가고 있다.

산아래 세속의 인간 힘에......

지면 보기 · 원본 1쪽PDF에서 열기 ↗
지면 1

원 게재: 나의 작업 노트 / 회화지 7호(1999) 28쪽 · 원본 PDF 30쪽 ↗

이 지면의 도판

(작품명·크기·재료 표기 없음) — 짙은 먹으로 둘러싸인 수묵 화면산 아래 세속의 인간 힘에(작품명·크기·재료 표기 없음) — 짙은 먹으로 둘러싸인 수묵 화면

같은 호의 글

7호 목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