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름다운 동해안으로의 휴가
[사진] (캡션 없음 — 동해안 해안 풍경)
월요일부터 시작된 그의 휴가는 가는 날부터 시작된 비가 오는 날까지 끝이 없었다. 월요일 오전 10시쯤 출발하기 위해 준비 중에 같이 근무하는 은선생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장례식장에 가서 조의금을 전달하고 88고속도로를 향해 출발했다. 그는 전날 먹은 술 탓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여서 휴게소에 들러 다슬기탕으로 속풀이를 하고 떠났다. 가는 길에 지리산 휴게소에 들러 볼일을 보고 룸미러가 이상이 있어 조정을 한다는 것이 그만 망가져서 인월에 들러 수리를 하고 본격적으로 출발을 하였다. 한가한 고속도로를 둘이서 가는 것도 괜찮았다. 대구에 들어가서는 길에서 약 2시간을 소비하였다.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다. 포항을 지나 드디어 동해안 도로를 타게 되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길 바로 옆에 있는 파란 바닷물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 동안에 있었던 많은 일들이 정말 하찮은 일들로 다가왔다. 작은 동네 부두에 정박해 있는 고깃배, 우리처럼 휴가를 온 사람들, 한적한 어촌의 모습을 한 동네 등등. 왜 사람들이 휴가를 동해안으로 가려는지가 실감이 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한참을 달리는 동안 주유소를 찾지 못하여 애를 달기도 하고..... 드디어 찾아간 곳이 고래불 해수욕장이었다. 동네에서 개발한 해수욕장(동해안은 거의가 동네에서 개발하여 깨끗하게 운영하고 있지만)이라서 깨끗하고 친절하였다. 저녁에 매운탕으로 맛있는 밥을 먹었다. 신혼 때 집 한 채 장만한다고 텐트를 샀었다. 그것을 가지고 정말 안간데 없이 다 다니면서 내 집을 자랑하곤 했었는데 그것도 나이를 먹으니 망가져서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20여 년만에 장만한 텐트를 가지고 신혼 때의 그 기분으로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한참을 헤매인 끝에 드디어 내 집이 지어졌다. 아이들 마냥 그곳을 들락날락 하면서 좋아하였다. 해변가에서 듣는 파도 소리는 나를 마치 사춘기 소녀로 돌아가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저녁에 바닷가에서 둘이 앉아있는 기분도 좋았고 조용한 그곳 분위기도 아주 일품이었다. 그런 기분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먼저 아들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룡아 여기 동해안 파도소리가 너무너무 아름답지!"그리곤 또 다시 다이알을 돌렸다. 올해 초 미국에 간 딸아이에게 자랑을 하고 싶었다. "지은아 파도 소리 들리지? 정말 아름답다. 하늘에 별들이 너무 총총히 떠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해먹고 있는데 비가 약간 비치는 것 같아 부랴부랴 서둘렀다. 다행히 비는 세지 않았다. 다시 짐을 싸고 출발하여 계속 북쪽을 향해서 올라갔다 금강산 배를 탄다는 동해시를 지나 울진 원자력 발전소 구경도 하였다. 깨끗하게 해놓은 모양이 원자력이라는 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가는 곳곳마다 비를 무릅쓰고 차를 세우고 옥수수를 산다. 복숭아를 산다. 수박을 산다 하며 부산을 떨었다.
한참을 가다 쉰 곳이 정동진이었다. 우리도 젊은이들 마냥 그곳을 둘러 조각공원에서 갖가지 모양을 내면서 포즈를 취하고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듯한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하였다. 전망대에 서서 바닷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였다. 역시 여행이라는 것은 사람을 마냥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신작로와 철길이 나란히 같은 방향으로 나있는 곳이었다. 경포대를 가기 위해 정동진을 뒤로 하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강릉으로 향하는 도중에 아들과 경포대에서 만나기로 했다. 강릉에 들어서니 비가 시작되었다. 아들을 기다릴 겸 강원도 음식으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춘천 막국수를 강릉에서 먹었다. 원래 면 종류의 음식을 좋아해서도 그랬지만 비가 오는 강릉에서 먹는 막국수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태풍이 온다는 예고가 있었다. 그것을 예견이라도 하는 듯 비는 줄기차게 내렸다. 경포대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 아들과 만날 수가 있었다. 모처럼 식구가 객지에서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잠자리를 정하고 나서 경포대를 구경하고 저녁을 먹고 모래사장의 특설무대에서 블랙홀이라는 록그룹의 연주가 있었다. 젊음은 정말 위대한 것이다,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흔들어지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기도 하였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중에 열린 공연은 멋있었다.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강릉을 출발하여 안개가 자욱한 대관령 고개를 넘어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쉬어 점심을 먹고 녀석과는 호법분기점에서 헤어졌다. 오는 길은 엄청나게 많은 비가 쏟아졌다.(전조등을 킨 차들이 겨우 보일 정도로) 청명한 날에 가는 휴가도 좋았지만 빗속에서 즐긴 휴가는 정말 낭만적이었다. 둘이서 떠난 휴가는 아무런 부담없이 일상을 훌훌 털어 버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차 속에서 그와 나눈 많은 이야기들은 평소에 하지 못하였던 것들이었다.
햇빛이 찬란했던 동해안의 고래불 해수욕장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비오는 경포대 바닷가의 밤바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젊은이들의 공연, 정말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만들어준 여행이었다. 기회가 다시 온다면 우리 아이들과 같이 추억 여행을 하고 싶다. 정말 아름다웠다.
원 게재: 나의 여행기 / 회화지 7호(1999) 45–46쪽 · 원본 PDF 47쪽 ↗


